2006년, 내부 직원이 코카콜라 레시피 기밀을 경쟁사인 펩시에 150만 달러에 팔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펩시는 코카콜라와 FBI에 신고했습니다. 왜 경쟁사의 비밀을 손에 넣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을까요?
2006년 5월, 펩시 본사에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발신인은 자신을 "다크(Dirk)"라고 밝혔습니다. 편지에는 코카콜라의 내부 기밀 자료와 개발 중인 신제품 샘플을 팔겠다는 제안이 담겨 있었습니다. 요구 금액은 150만 달러. 그리고 그 편지는 코카콜라 회사 봉투에 담겨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코카콜라 내부 인물이 개입된 사건이었습니다.

편지를 쓴 실제 주모자는 이브라힘 딤슨이었고, 핵심 실행자는 코카콜라 임원실 행정 보좌 직원 조야 윌리엄스였습니다.
윌리엄스는 코카콜라 임원실에서 근무하며 기밀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연봉은 약 5만 달러. 그는 자신이 회사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FBI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은 이렇습니다. 윌리엄스가 자신의 책상에서 여러 파일을 뒤지며 문서를 가방에 넣는 모습, 그리고 흰 라벨이 붙은 액체가 든 유리병을 개인 가방에 집어넣는 모습이었습니다.
훔친 물건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극비(Highly Confidential)"라고 표기된 내부 문서들, 그리고 코카콜라가 당시 개발 중이던 신제품 음료 샘플이었습니다. 나중에 코카콜라 측이 확인한 결과, 그 샘플은 실제 개발 중인 제품이 맞았습니다.
이것이 세상이 흔히 말하는 "코카콜라 비밀 레시피"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윌리엄스가 훔친 것은 신제품 개발 관련 기밀문서와 미출시 제품 샘플이었습니다. 금고 속 전설의 레시피가 아니었습니다.

펩시 입장에서는 선택의 순간이었습니다.
경쟁사의 기밀 자료와 신제품 샘플을 단돈 150만 달러에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당시 코카콜라와 펩시의 경쟁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었고, 서로의 신제품 동향은 양사 모두에게 핵심 정보였습니다.
그러나 펩시는 이 제안을 코카콜라와 FBI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펩시 대변인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경쟁은 때로 치열할 수 있지만, 반드시 공정하고 합법적이어야 합니다."
(Competition can sometimes be fierce, but also must be fair and legal.)
FBI는 잠재적 구매자로 위장한 수사관을 투입했습니다.
수사관은 딤슨과 접촉해 먼저 소액을 지불하며 문서의 진위를 확인했습니다. 이후 나머지 기밀 자료 전체를 150만 달러에 거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06년 7월 5일. 150만 달러 거래가 예정된 날, 윌리엄스와 딤슨, 공범 에드먼드 두하니는 애틀랜타에서 체포됐습니다.
재판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모자 조야 윌리엄스는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딤슨은 유죄를 인정하고 5년, 두하니는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출처: U.S. Department of Justice, 2006.07 / CNBC, 2007.05)
이 사건은 단순한 산업 스파이 사건이 아니였습니다.
코카콜라와 펩시는 수십 년간 '콜라 전쟁'이라 불릴 만큼 치열하게 경쟁해 왔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광고 전쟁, 슈퍼볼 경쟁까지. 그런 상황에서 펩시가 경쟁사의 기밀을 포기하고 신고를 선택한 것은 기업 윤리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정이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훔친 정보로 얻은 이익은 단기적이지만, 불법 정보를 구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브랜드 신뢰도가 입는 타격은 훨씬 크고 오래갑니다. 펩시는 그 계산을 했습니다.
코카콜라 역시 이 사건을 통해 비밀 유지 시스템의 취약점을 재점검했습니다. 레시피 자체가 아니라, 레시피에 접근할 수 있는 내부 인원과 문서 관리 체계가 결국 영업비밀 보안의 핵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2006년 코카콜라의 내부 기밀은 실제로 경쟁사에 팔릴 뻔했습니다. 완성 레시피가 아니라 신제품 기밀문서와 샘플이었건 데 말이죠. 그런데 그것을 막은 것은 코카콜라가 아니라 경쟁사 펩시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사건은 영업비밀 보안이 결국 시스템과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금고 속 레시피는 안전했지만, 신제품 개발 문서와 샘플은 내부 직원 한 명의 판단으로 새어나갈 뻔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막은 건 경쟁사의 윤리적 판단이었습니다.
왜 펩시는 FBI에 신고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펩시가 신고한 이유를 단순한 선의로만 보기는 어려웠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공식 명분은 공정 경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법적 리스크, 브랜드 평판, 그리고 영업비밀이라는 업계 전체의 룰을 지키는 문제가 함께 걸려 있었습니다. 펩시는 코카콜라를 도운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이 속한 시장의 규칙을 지킨 것에 가까웠지도 모르겠니다. 아주 재미가 있었던 이야기였던 거 같습니다.
Q. 조야 윌리엄스가 훔친 것이 코카콜라 비밀 레시피인가요?
아닙니다. 그가 훔친 것은 "극비" 표기 내부 문서들과 코카콜라가 당시 개발 중이던 신제품 음료 샘플이었습니다. 금고에 보관된 오리지널 레시피(Merchandise 7X)와는 다른 자료였습니다.
Q. FBI는 어떻게 수사했나요?
FBI는 잠재적 구매자로 위장한 수사관을 투입해 딤슨과 직접 거래를 진행했습니다. 소액 지불로 문서의 진위를 먼저 확인한 뒤, 150만 달러 전액 거래 예정일에 3명을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Q. 이 사건으로 코카콜라 레시피가 실제로 유출됐나요?
아닙니다. 훔친 자료는 FBI가 전량 회수했으며, 코카콜라 측은 핵심 레시피(Merchandise 7X)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유출된 것은 신제품 관련 기밀문서와 샘플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Q. 왜 연봉 5만 달러짜리 직원이 이런 일을 저질렀나요?
윌리엄스는 자신이 회사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50만 달러라는 금액이 그의 연봉의 30배에 달했다는 점이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 U.S. Department of Justice, "Federal Grand Jury Indicts Three for Conspiracy to Steal and Sell Coca-Cola Trade Secrets", 2006.07
- CNBC, "Ex-Coca-Cola Worker Sentenced to 8 Years in Trade Secrets Case", 2007.05
- NBC News, "Ex-secretary guilty in theft of Coca-Cola secrets"
- The Hustle, "The botched Coca-Cola heist of 2006"
- 경향신문, "코카콜라 정보 유출자, 펩시 신고로 FBI에 잡혀", 2006.07
- 미주중앙일보 — 펩시가 잡은 '코카콜라 스파이'… 상도의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