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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진짜 라이벌은 닌텐도였다 (여가 시간 경쟁론, 2006년 화제 기사, 나이키의 디지털 대응)

브랜드·비즈니스 이야기

by 망코스토리 2026. 8. 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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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라이벌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디다스나 리복을 떠올리실 거예요. 그런데 2000년대 중반 국내 마케팅 업계에서는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닌텐도가 나이키의 경쟁상대로 등장해 큰 화제가 됐었습니다. 신발 회사와 게임기 회사가 대체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여가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두 회사는 정면으로 맞붙게 되는 접점이 있습니다. 경쟁이라는 단어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드는 이야기예요.

나이키와 닌텐도의 여가 시간 경쟁을 표현한 러닝과 게임 장면
동화와 게임기는 다른 제품이지만 소비자의 같은 여가 시간을 두고 경쟁합니다

경쟁 상대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였습니다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나이키의 전통적인 맞수는 아디다스였어요. 제품과 광고, 유명 선수 후원을 놓고 두 회사가 맞붙는 건 익숙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경쟁의 기준을 ‘운동화 판매량’에서 ‘고객의 여가 시간’으로 넓히자 전혀 다른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소니와 애플, 닌텐도처럼 사람을 화면 앞에 오래 머물게 하는 회사들이었죠. 이 관점은 나이키의 공식 경쟁사 명단이 발표된 사건이라기보다, 2006년 국내 보도와 같은 제목의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전략 사례에 가깝습니다.

 

이 사례의 핵심은 매출 감소의 범인을 특정하는 데 있지 않아요. 소비자가 운동 대신 게임이나 영상 시청을 선택하면, 운동화를 신을 순간 자체가 줄어든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업종의 회사만 쳐다보면 보이지 않던 경쟁이 고객의 하루를 기준으로 보는 순간 드러난 거예요.

왜 하필 닌텐도였을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나이키의 핵심 타깃은 10대와 20대 초반인데, 이 연령대가 방과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이키의 매출이 크게 갈립니다. 밖에 나가 뛰거나 운동화를 신고 움직이면 나이키에게 좋은 일이지만, 집에서 닌텐도 게임기를 붙잡고 있으면 애초에 운동화를 신을 일 자체가 줄어들거든요. 즉 나이키와 닌텐도는 같은 제품을 팔지 않지만, 같은 고객의 같은 시간을 두고 소리 없이 싸우고 있었던 거예요.

 

동종업계 안에서만 경쟁자를 찾으면 이런 구조는 절대 보이지 않아요. 나이키는 "누가 운동화를 더 잘 만드는가"라는 질문 대신 "누가 우리 고객의 여가 시간을 차지하는가"로 질문 자체를 바꿨고, 그 답 안에 닌텐도가 들어와 있었던 거죠.

 

저는 이 사례를 보면서, 이게 그냥 재미있는 일화가 아니라 마케팅 이론으로도 이름이 붙어 있는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1960년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테오도르 레빗 교수가 제시한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이라는 개념인데, 기업이 자기 산업을 제품 중심으로 너무 좁게 정의해서 정작 다른 업종에서 오는 진짜 경쟁자를 못 보는 현상을 말해요(출처: 테오도르 레빗, "Marketing Myopia", Harvard Business Review, 1960). 나이키 사례는 국내 마케팅 칼럼에서 이 근시안을 스스로 벗어난 대표 사례로 자주 인용돼요(출처: 대구신문, 앞의 글). 업종 안에서의 시장점유율(Market Share) 경쟁이, 업종을 넘나드는 시간점유율(Time Share) 경쟁으로 바뀐 셈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녁 시간 운동과 게임 사이에서 선택하는 소비자의 모습
나이키와 닌텐도의 경쟁은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저녁 시간을 차지하는 싸움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6년, 한국에서 유독 화제가 된 이유

이 개념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건 2006년이에요. 한국경제가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제목으로 이 이야기를 다뤘고(출처: 한국경제, 2006.11), 이후 정재윤 작가가 같은 제목의 책을 마젤란 출판사에서 펴내면서 마케팅 업계에 널리 인용되는 사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쟁사는 업종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 발상은 이후 마케팅 강의나 브랜드 전략 자료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예시가 됐어요(출처: 화이트페이퍼, 2007.01).

나이키는 실제로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나이키가 택한 대응은 "닌텐도를 이기자"가 아니라 "나이키도 여가 시간을 점유하는 회사가 되자"였습니다. 저는 이걸 레빗 교수가 마케팅 근시안의 해법으로 제시했던 "사업의 재정의"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사례라고 봐요. 레빗은 미국 철도회사들이 스스로를 "철도 사업"이 아니라 "운송 사업"으로 정의했어야 살아남았을 거라고 지적했는데, 나이키도 스스로를 "신발 회사"가 아니라 "여가 시간을 파는 회사"로 다시 정의한 셈이거든요. 김위찬·르네 마보안의 블루오션 전략에서도 이런 접근을 "대안 산업을 넘나들며 보라"는 첫 번째 경로로 체계화해놓았고요(출처: 김위찬·르네 마보안, 『블루오션 전략』, Six Paths Framework).

 

그 흐름에서 나이키 런 클럽(NRC),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TC), SNKRS 같은 앱 생태계가 중요해졌어요. NRC는 러닝 기록과 코칭, 커뮤니티 기능을 한곳에 묶어 운동을 습관이자 놀이처럼 만들었습니다. NTC에는 한때 월 14.99달러의 별도 유료 구독 서비스인 ‘NTC Premium’이 있었지만, 나이키는 2020년 이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NTC 앱 전체가 처음부터 유료였다는 뜻은 아니에요. SNKRS는 신제품 정보와 한정판 구매 경험을 앱 안에 모아, 소비자가 운동하지 않는 시간에도 나이키와 계속 만나게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나이키가 자체 앱과 온라인 스토어를 강화한 D2C(소비자 직접 판매) 전략과도 맞물렸어요.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구매 기록과 운동 활동, 멤버십을 하나로 연결해 고객이 나이키 앱을 켜는 시간 자체를 늘리는 전략이었죠. 운동화를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관계를, 앱 안에서 계속 이어지는 관계로 바꾸려 한 겁니다.

 

러닝 기록과 코칭 및 구매를 연결한 나이키 앱 생태계 인포그래픽
나이키는 러닝·트레이닝·구매 경험을 앱으로 연결해 고객과 만나는 시간을 넓혔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방향을 살짝 변화를 주었습니다

다만 D2C에 힘을 몰아준 전략이 끝까지 순탄했던 건 아니에요. 자체 채널을 키우는 동안 오랫동안 나이키 제품을 팔아온 도매 파트너와의 관계가 약해졌고, 소비자가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매장 접점도 줄었습니다. 그래서 나이키는 다시 도매 파트너와의 균형을 강화하고 있어요. 나이키의 2026 회계연도 4분기 공식 실적에서도 도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반면, NIKE Direct 매출은 줄었습니다. 앱과 직접판매만으로 고객을 붙잡는 전략에서, 디지털 채널과 오프라인 유통을 함께 살리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조정하는 모습입니다.

지금은 넷플릭스, 스마트폰과도 경쟁합니다

"나이키의 라이벌은 닌텐도"라는 발상 자체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확장된 점이 흥미롭지 않나요?. 최근에는 넷플릭스, 유튜브, 스마트폰 자체가 나이키의 경쟁 상대로 꼽히곤 합니다.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영상 시청이나 SNS로 채울수록, 운동에 쓰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업종을 뛰어넘어 "고객의 하루 24시간"을 두고 경쟁한다는 발상은, 이제 콜라 회사가 물 시장을 신경 쓰고 넷플릭스가 수면 시간을 경쟁자로 꼽는 것처럼 여러 업계에서 반복해 쓰이는 프레임이 됐습니다.

결론

저는 이 번 기사를 쓰면서 경쟁이라는 게 결국 업종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둘러싼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나이키의 그 이후 행보를 보면, 여가 시간을 직접 점유하겠다는 전략도 끝까지 정답은 아니었다는 것 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의 정답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계속 균형을 다시 잡는 일인 것 같습니다.

FAQ

Q. 이런 경쟁 구도를 마케팅 용어로 뭐라고 부르나요?

A.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난 사례로 자주 인용돼요. 업종 내 시장점유율 경쟁이 아니라, 업종을 넘나드는 고객의 시간점유율 경쟁으로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Q. 나이키가 닌텐도를 라이벌로 지목했다는 게 공식 발표였나요?

A. 나이키의 공식 보도자료라기보다는, 나이키 내부의 전략적 관점 전환을 다룬 언론 보도와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례예요.

 

Q.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앱은 원래부터 무료였나요?

A. NTC 앱 전체가 유료였던 것은 아니에요. 별도로 운영하던 월 14.99달러의 ‘NTC Premium’ 구독 콘텐츠를 나이키가 2020년 무료로 제공하면서 유료 장벽을 없앴습니다.

참고자료

- 한국경제, "나이키 경쟁상대가 닌텐도?", 2006.11

- 화이트페이퍼,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왜 닌텐도일까", 2007.01

- 오마이뉴스, "나이키, 닌텐도 이기기 위해 이렇게 했다"      

- 대구신문, "마케팅근시를 벗어나자, 나이키가 닌텐도와 아이폰을 경쟁사로 설정한 이유는", 2025.04      

- 테오도르 레빗, "Marketing Myopia", Harvard Business Review, 1960

- 김위찬·르네 마보안, 『블루오션 전략』, Six Paths Frame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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